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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과 우울증: 엄마의 정신 건강이 우선입니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옵니다.

몸의 변화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여성들이 우울감을 경험하고

일부는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오늘은 임신 중과 출산 후 겪는 우울증,

즉 주산기우울증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관리하는 방법과 약물 치료의 안전성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주산기 우울증이란?

주산기우울증은

임신 중 겪는 우울증과 출산 후 우울증을 모두 포함하는 용어입니다.

 

통계에 따르면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의 약 10~15%가

주산기우울증을 겪는다고 합니다.

특히 출산 후 우울감은 산모의 25~85%가 경험하는 흔한 현상입니다.

출산 후에는 많은 여성들이 우울, 불안, 수면 곤란 등을 경험하지만,

대개 12일 이내에 증상이 호전됩니다.

그러나 이 기간이 지났는데도 우울감이 지속되고

그 강도가 심해진다면 주산기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주산기 우울증의 진단 기준

주산기 우울증은 다음과 같은 증상이 최소 2주 이상 지속될 때,

또는 직업·가정·대인관계 등에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없을 때 진단합니다:

  • 우울한 기분
  • 의욕의 저하
  • 흥미 저하
  • 수면 곤란
  • 집중력 저하
  • 자살 사고
  • 자살 시도

주산기우울증 환자는 원래 좋아하던 취미 활동에도 흥미를 잃거나,

사회적 활동을 꺼리게 되고, 식사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무기력함에 잠만 자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임신 중 항우울제 복용, 가능할까?

많은 임산부들이 약물이 태아에게 미칠 영향을 걱정하여 항우울제 복용을 꺼립니다.

그러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충분히 상의한다면,

임신 중에도 항우울제 복용이 가능합니다.

 

임신 1기(첫 3개월)는 태아의 장기가 형성·발달하는 시기로,

외부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약물 복용을 자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 시기에는 개인 상담, 인지 행동 치료, 대인 관계 치료 등을 통해

정서적 지지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우선시됩니다.

 

그러나 우울증 증상이 너무 심해 알코올을 섭취하거나, 자살 시도를 하거나,

개인 위생 관리가 어려울 정도라면

입원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할 수 있습니다.

 

임산부가 극도로 우울한데도 약물 치료를 하지 않는 것은

아이에게도, 본인에게도 해롭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임신 중반기(4~7개월)에는 약물이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이 감소하므로,

복용하는 약물 용량을 늘리는 등 더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합니다.

 

항우울제의 안전성

정신건강의학과 약은 일반적으로 임산부 금기 약물이 아닙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약물을 안정성에 따라

A·B·C·D·X로 분류하는데, A가 가장 안전하고 X로 갈수록 부작용 위험도가 높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주로 사용하는 선택적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 계열 항우울제는

대부분 B·C등급에 해당해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확보된 약물입니다.

따라서 불가피한 경우 임산부에게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존 우울증 환자의 임신과 약물 관리

원래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던 여성이 임신한 경우,

그간 별 문제 없이 복용해오던 약을 계속 사용하되

복용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접근합니다.

임신했다고 갑자기 약을 바꾸는 것은 오히려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우울증으로 치료받던 사람이 임신했다고

자의로 약을 끊는 것은 권장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약을 갑자기 끊었다가 잘 관리되던 우울증이 재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출산 후 모유 수유와 항우울제

출산 후 우울증으로 약물 치료를 받는 경우,

모유 수유가 가능할까요?

산모가 복용한 약물이 모유를 통해 태아에게 전달될 수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산모가 복용한 약물 총량의 1~2%만 모유를 통해 전달되므로,

산모의 정신 건강에 꼭 필요하다면 약물 치료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수유 시 약물 사용 위험도를 L1(가장 안전)~L5(투약 금지)로 세분화한

할(Hale) 등급 분류에 따르면,

SSRI 계열 항우울제는 L2(상당히 안전)에 해당합니다.

특히 섭취 후 모유로 넘어가는 비율이 낮고,

장기적 부작용 위험이 비교적 낮다고 알려진

파록세틴, 세르트랄린 등의 약물은 수유 중에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엄마가 살아야 아이도 산다"라는 말처럼,

약물 치료도 임산부가 의지할 수 있는 중요한 지지 체계입니다.

필요할 때는 적절히 활용하는 것이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예방적 차원의 항우울제 복용

과거에 우울증 병력이 있던 사람의 경우,

예방적 차원에서 항우울제를 미리 복용하는 것이 권장될 수 있습니다.

주산기우울증은 개인 편차가 매우 커서 예측이 어렵지만,

임신 전에 우울증 병력이 있었던 사람은

임신·출산 후에 우울증이 재발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첫 임신 때 주산기우울증을 경험했다면,

그 이후 임신에서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울증 병력이 있으면서 아이를 더 낳을 계획이 있다면,

임신 전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해 재발 위험을 평가하고 미리 대처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산기우울증이 태아와 신생아에 미치는 영향

주산기우울증을 방치하면

태아와 신생아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임신 중 우울증은 태아 성장을 더디게 하고,

아이의 머리 둘레가 정상보다 작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우울함을 극복하지 못해 술을 마시거나, 자살 시도를 하거나,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영양 상태가 나빠지면

당연히 태아에게 악영향을 미칩니다.

출산 후 우울증은 산모와 신생아의 애착 관계 형성을 방해합니다.

이로 인해 아이가 자라면서 정서 문제와 행동 장애를 겪고,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가 필요해질 가능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임산부를 위한 운동 권장사항

우울증 완화에 운동이 중요한데,

임산부는 몸을 움직이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임산부에게 권장되는 운동으로는

가볍게 걷기, 임산부 요가, 임산부 필라테스, 수영, 짐볼 운동 등 유산소 운동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주 3~5회, 회당 20~30분 정도가 적당하지만,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산부인과 전문의와 적정 운동 강도를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변인의 지지와 공감이 중요합니다

임산부가 우울감을 느끼거나 우울증으로 넘어갔을 때,

가족, 배우자, 친구 등 주변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임산부가 "내가 이러이러해서 힘들다"라고 말할 때,

경청하고 "그래, 힘들었겠구나"라고 공감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주변인이 "다들 겪는 거니 별일 아니다", "나가서 산책이라도 해 봐라"와 같은 조언을 하는 것은

오히려 임산부를 더 우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아무도 자신의 감정에 공감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고립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집안일이나 육아를 도와 임산부가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성공적인 사례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있어도 임신 동안 약물 치료를 받고 성공적으로 출산한 사례가 있습니다.

한 환자는 남편과의 원활한 소통으로 육아 부담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고, 주중에는 남편이 아이를 돌보고,

주말에는 아내가 아이를 돌보는 식으로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이처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주변인의 도움이 있다면,

우울증 환자도 충분히 임신·출산·육아를 잘 해낼 수 있습니다.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삶에서 특별한 경험이지만,

그 과정에서 정신 건강의 변화를 겪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주산기우울증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적절한 치료와 지원을 통해 건강하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엄마의 마음 건강'이 아이의 건강한 발달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이라는 점입니다.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약물 치료도 적절히 활용하며,

주변의 지지와 공감을 통해 건강한 임신과 출산, 육아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길 바랍니다.